인물

2000년대

장창옥

 

.애국시민 장창옥

 

장창옥 열사는 1958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불의를 참지 않으며 정의로운 사회를 원했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장창옥 열사를 포함하여 당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현대사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몇십년 동안 좀처럼 제대로 된 정의가 구현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으나 5년도 되지 않아 부모형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되었고, 학생들과 시민들이 피를 흘려 독재정권을 타도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독재정권이 집권하였다.

 

정경유착과 공포심을 통해 국민들을 소모하며 20년 가까이 정권을 유지해 왔던 독재자는 부하에 의해 암살되었으나 또다른 부하의 집권으로 인해 한국 민주주의의 암흑기는 연장되었다. 군인들은 북쪽의 또다른 군인들이 아닌 자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었고 경찰들은 민중이 아닌 금권과 권력자들의 지팡이로 전락하였다. 그럼에도 일제강점기 이후 계속해서 불의에 저항해 왔듯 국민들은 계속해서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독재와 탄압에 저항하며 나라에 헌신하였고 그 결과 정치 민주화를 실현하였다.

 

하지만 정치에 빠져 권력에 물든 정치인들은 예전에 독재탄압에 맞서 정의를 부르짖으며 민주혁명의 동료로서 연대해왔던 시절을 뒤로하고 단순히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과 정의에 등을 돌리고 변절하였다. 어제의 친구는 오늘의 적이 되었으며 한국의 정치판은 당장의 이득을 차지하겠다는 생각으로 독재정권의 잔당을 도우는 행세가 나타날 뿐더러 한때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자들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국민들을 검열하는 데에 발벗고 앞장서는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국민을 위하고 정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만의 이익을 실현하는데 급급한 것은 여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발생하였다. 자격 미달의 정치인들은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국민 간의 갈등을 악용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사용했다. 그런데 그런 한국의 암담한 정치판에서 홀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정치인이 나타났다. 통일민주당 총재 김영삼의 총애를 받아 정치에 입문한 만큼 정치에 그럭저럭 편승했다면 앞날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던 인물이었으나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위해 김영삼의 곁을 떠날 정도의 인물이었다. 정치 권력에 연연하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낙선만을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지역주의에 도전하는 모습은 수많은 지지를 불러모았고 그 결과 노무현은 패색이 짙던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하였다.

 

그러나 퇴폐적인 학벌주의자들과 지역주의자들이 주도적이었던 정치 주류 세력은 제각기 여러 이유로 노무현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집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가지고 있던 호남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국민 분열을 초래했던 지역주의 정치 청산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집권 여당을 창당하였고 이는 정당의 유명세에 편승하던 민주당 의원들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엄청난 반발을 불러오게 되었다.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 주류 정당인 민주당과 우파 주류 정당인 한나라당 모두의 노골적인 공격을 받았는데, 그 중 제일 충격적인 것은 2004년 발생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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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행정부의 수장이 집권 여당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이 독재적 정치를 펼친다며 야당 연합이 날치기에 가까운 탄핵소추를 가결시켰다. 야당 연합 측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발표했으나 실상은 정 반대였다. 탄핵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대통령을 무작정 탄핵시킨 행각은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엄청난 전국적 반대여론을 불러왔다.

 

당일날 언론 뉴스데스크에서도 비리로 점철된 16대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시켰으며, 탄핵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분노한 국민들은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외치며 전국적인 촛불집회를 가졌다. 국민 주권이야말로 일제 강점기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이 저항과 유혈의 역사를 통해 어떻게든 마련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거늘 권력을 잡고있던 국회의원들이 철권을 휘둘러 자신들의 정치적 특권을 위해 국민 주권을 짓밟는 행위는 과거 국민들이 거의 한 세기를 통째로 싸워왔던 대상들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수많은 국민들의 여론처럼 장창옥 열사 역시 이러한 행태에 분노하였고 아무리 사람의 목숨이 소중한 법이라지만 자신의 소신과 국민들을 위해, 국민 주권이라는 숭고하고 고결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2004년 4월 13일 자신의 목숨에 불을 질러 투신해 결국 영면하였다.

 

이틀 뒤 벌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은 과반수 이상 의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는 헌정 사상 최초로 개혁 진보 정치진영이 여대야소로 의회권력을 차지한 것이었고 한국 정치의 근본을 뒤엎은 것이다 다름없었다. 장창옥 열사가 대한민국을 위해 투신한 것 처럼, 장창옥 열사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일구어낸 기적이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정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무리 국민 주권이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하더라도 여론적 우세가 언제나 올바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언제나 갈망해야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투쟁을 통해 비로소 그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리적 특성상 경제를 지탱할 변변찮은 자원도 없는데다 언제나 초강대국에 둘러쌓여 외침의 위협을 받는 나라다.

 

이 땅에 모여 사는 한민족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나라이기에 역설적으로 한국을 지탱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이었다. 오늘날에도 한국을 지탱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패야말로 국민 주권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곳 모란공원에 묻힌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국민 주권의 세상이 무덤에 묻혀 역사책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자신의 인생을 투신하였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진정한 나라를 위한 행위이며 애국인 것이다. 비록 장창옥 열사의 약력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열사의 인생이 대한민국에 있어 어떤 존재였는지를 기리기 위해 이 곳 모란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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